한기총 ‘검증위’ 구성이 관건 … 이단 규정은 ‘교단’의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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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총 ‘검증위’ 구성이 관건 … 이단 규정은 ‘교단’의 몫
  • 이현주 기자
  • 승인 2014.12.09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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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기총, 이단문제 재론 가능성 얼마나 될까?

이단문제 털기 전 대화 어려워...한기총 주도 검증엔 반대 여론
“결의 재확인 절차일 뿐” 냉담, 불신의 벽부터 낮춰야 할 듯


“이의 제기가 있다면 이단 해제 결정에 대해 재론하겠다.”
지난 11월 20일 열린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임원회가 “류광수 목사와 박윤식 목사에 관한 한기총 결의사항을 국내 250여 교단과 단체 등에 공문으로 발송, 향후 30일의 기간을 두고 이의제기를 받겠다”고 밝힌 후 “이의신청이 없으면 이단 논란을 종결하고, 이의신청이 있을 경우 재론하겠다”는 뜻을 한국교회 앞에 피력했다.

지난달 26일 ‘한국교회 연합과 발전을 위한 제안의 건’이라는 이름으로 공문 발송을 시작한 한기총은 “이단 관련 논쟁에 이의가 있다면 이의서 및 첨부자료를 회신해 달라”며 이의신청이 있을 경우 “포괄적으로 검증위원회를 구성, 철저히 재심의하여 향후 한국교회의 연합과 발전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표면적으로 볼 때, 한기총의 이단 재론 가능성과 한교연의 통합 거론 등은 분열된 한국교회가 화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여전히 똑같은 대화의 반복일 뿐 한기총의 이단 재론이 별반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시선이 지배적이다.

# 한기총, 이단 재론 왜 꺼냈나?

한기총이 이단 재론 카드를 꺼내들자, 교계에서는 이영훈 대표회장이 ‘개혁의 신호탄을 쐈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지난달 20일 열린 임원회에서 이단 재론을 제안한 임원은 이용규 증경대표회장과 홍재철 직전 대표회장이다.

이용규 목사는 “이단 문제 때문에 어렵다고 하니 이 문제를 풀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는 증경대표회장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또 현 대표회장이 의지를 보여서 재론해보자는 의견을 내놓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 목사는 “누구도 대화를 안 하려고 한다니 이 문제를 털고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이영훈 목사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고 이를 임원들이 수용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일단 한기총이 전격적으로 이단 해제를 선언한 두 단체(다락방, 평강제일교회)에 대해 이의신청을 받기로 한 것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과연 누가 어떻게 이 일에 참여할 것인가는 여전한 의문으로 남는다. 결국 이의신청이 있더라도 한기총 중심의 검증위원회를 구성한다면 결과는 뻔할 것이라는 우려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검증위원회 구성에 대해 한기총은 ‘포괄적’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한기총에 속한 회원 뿐 아니라 교단과 다른 단체, 그리고 신학자들의 참여까지 열어놓겠다는 것이다. 이용규 목사는 “검증위원회는 당연히 객관성이 중요하다”며 “아직 범위가 정해지지 않았지만, 한교연을 비롯해 각 교단에 위원 파송을 요청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교계의 반응은 냉담하다. 이의신청은 하겠지만 한기총 주도의 검증위원회에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것.

다락방전도총회의 교단 가입으로 분열의 아픔을 겪은 예장 개혁 황인찬 증경총회장은 “우리 교단은 다락방으로 인해 ‘분리’가 됐다”며 “입술의 고백만으로는 신뢰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단을 먼저 풀어주고 변화를 기다리는 것은 악순환의 반복일 뿐 그들은 여전한 경계대상”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내용에 대해 교단 차원에서 이의 제기를 준비중인 개혁은 더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한국교회연합 바른신앙수호위원회를 이끌기도 한 황 목사는 개인적 생각임을 전제로 “범 교단과 단체 컨소시엄이 구성되고 그 속에 한기총이 참여하는 형태라면 모를까 한기총이 검증위원회를 만들고 그 안에 교단과 다른 단체를 초청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라며 “한기총의 자체 정화작업에 정서적 지지를 보낼 수는 있어도 액션을 취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특히 한교연은 창립 후 지금까지 회원 교단의 이단결의를 존중해왔으며, 별도의 이단 규정이나 해제는 한 적이 없다. 황 목사는 “이단 문제는 전적으로 해당 교단의 권한”이라고 주장했다.

# 구조가 아니라 본질의 문제

통합 측의 한 인사 역시 “한기총이 이제 와서 이단을 재론하고 다시 규정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도 없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예장 통합 등 일부 교단들은 이의제기까지는 할 생각이다. 그러나 한기총의 이단 재론이 교계에 미칠 파장은 크지 않다고 분석하고 있다.

통합 측 인사는 “이단 문제의 본질은 교단이 자신들의 신학적 입장을 담아 결정을 내린 사안에 대해 연합기관이 임의로 해제를 결정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고 “한기총이 재론을 할 입장이 아니라 회원교단들의 이단 결의를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취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교단 인사는 “한기총에서 용인한 이단이 한두 곳이 아니다. 그런데 박윤식과 류광수만 재론하겠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과거 회원교단들이 규정한 이단이 한 곳이라도 한기총에 가입해 있거나, 한기총에 의해 이단 해제를 받았다면 그들도 재론의 대상이 되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인사는 “한기총은 자신들이 해제한 이단에 대해 반박하면 소송으로 대응했다. 이번에도 다시 소송전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며 불신을 표했다.

더 큰 문제는 각 교단의 이단문제 전문가들을 한기총은 이미 ‘이단 옹호자’로 낙인찍어 놓았다는 데 있다. 한기총은 지난 2012년 김학수(예장백석) 박형택(예장합신) 이희수(예장통합) 박남수(개혁선교) 윤제선(예장대신) 최병규(예장고신) 목사를 이단옹호자로 규정한 바 있다. 이들은 당시 한국장로교총연합회 이단대책위원이었다. 이단옹호자로 규정한 이유는 한기총이 이단으로 규정한 예장 통합 이단 전문위원 최삼경 목사와 함께 회의를 했다는 이유다.

이와 함께 한기총의 이단해제에 대해 문제를 지적한 신학자 170여 명에 대해서도 10억 원의 손해보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면서 반발한 바 있다. 이 소송은 지난달 한기총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일단락됐지만, “신학자들의 성명서 발표에 불만을 품고 소송까지 제기한 한기총이 어떻게 객관적인 이단 검증을 할 수 있겠냐”는 불신의 소리만 높아지는 상황이다.

# 해제 재확인하는 절차될 것

한기총의 간곡한 요청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교단과 단체들은 “한기총의 이단 검증에 참여한다면 결국 그들의 목적에 힘을 실어주는 꼴이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한기총의 궁극적 목적인 이단 재론이 아닌 이단 해제 재확인이라는 주장이다.

이 주장에 힘을 싣는 입장은 다락방을 영입한 예장개혁 직전총회장 김송수 목사의 입에서 확인됐다.

총회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글을 올린 김송수 목사는 “나는 한기총 임원으로 당일 회의에 참석하여 이날 회의의 흐름을 알고 있다”며 “이의제기가 있을 경우 재론하겠다는 입장도 사실이지만, 해제 사실을 홍보하자는 의견이 먼저 나왔다”고 설명했다.

재론은 불가하다는 김 목사는 그 이유로 ‘일사부재리원칙’과 ‘한기총의 위상 약화’를 꼽았다. 또 “한교연 일부 인사들은 한기총의 기존의 결정을 백지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 않냐”고 되물었다. 그는 “한교연의 이러한 요구는 한기총을 향해 백기를 들고 투항하라는 말과 다를 바가 없는 것으로 이는 일고의 가치도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 검증위원회 구성 전 자격정지부터

한기총 내부에서조차 이번 이단 재검증에 대한 입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재론에 앞서 일단 문제 인사에 대한 자격정지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교연 회원 교단 관계자는 “교단 연합 컨소시엄을 구성해 이단 검증위원회를 조직하고 그 자리에 한기총이 위원을 파송하는 것이 타당하다. 만일 한기총이 주도하고 여기에 다른 단체와 교단을 참여시키고자 한다면 해제된 이단들에 대해 다시 ‘자격정지’를 해놓은 후에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같은 절차를 밟지 않는다면 “결국 이단 해제명분에 힘만 실어주는 꼴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이용규 목사는 “한국교회가 그동안 성도를 빼앗겼다고 이단으로 규정하고 정치적인 이유로 이단으로 매도했다면 그것이 더 큰 문제”라며 “모두 함께 모여서 어떤 점이 이단인지 정확히 문제를 짚어 보자”고 말했다.

한편, 이단 문제를 털어야만 회원교단 복귀 등을 추진할 수 있는 이영훈 대표회장으로서는 개혁의 칼을 빼들었지만 이단문제에 관해서는 한기총에 대한 불신의 벽이 너무 높다는 점에서 ‘호재’가 아닌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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